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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책방의 숨은 매력

입력 2019년07월30일 15시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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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책방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책이 좋아서다. 하지만 단지 책을 사러 가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인터넷 클릭 한 번으로 반나절이면 책이 집으로 배송되는 요즘이다. 증정품도, 포인트도, 할인율도 대형 서점을 따라갈 수 없다. 더군다나 신간이 빠르게 들어오거나 여러 분야의 책을 다루지 않으니 손님이 찾는 책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책을 파는 곳’으로서 경쟁력은 매우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 책방은 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첫째, 책방 운영자의 취향으로 고른 책이 있다. 판매 순위대로, 혹은 광고비에 따라 책이 노출되는 인터넷 서점이나 대형 서점과는 달리 수년 전의 책도, 무명작가의 책도, 소규모 출판사의 책도 눈 밝은 운영자에 의해 소개된다. 고루한 표현이지만 책의 발견이란 게 무언지 알 수 있는 곳이 동네 책방이다. 또 책을 읽는 것만이 독서가 아니라 책을 고르는 것부터 독서가 된다는 깨달음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

둘째, 동네 책방은 책과 함께 분위기를 판다. 음료나 맥주를 파는 책방은 이제 흔해졌다. 조명, 음악, 가구, 예쁜 소품으로 자신만의 공간을 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자체 제작한 아트 상품을 팔거나 출판을 하는 곳도 늘었다. 각자 자신의 특성을 찾아 자신의 책방 분위기를 만들어간다. 작게는 5평에서 크게는 40~50평까지 규모도, 형태도, 분위기도 다른 게 동네 책방이다.

셋째, 독서나 글쓰기, 드로잉 등 느슨한 유대의 모임이 열린다. 지금도 서울 어느 책방에선 작가와 함께 책을 읽고, 열띤 토론을 하고 있을 것이다. 가족, 친구, 직장을 벗어나 이름, 나이, 직업 등은 뒤로하고 취향이 엇비슷한 사람끼리 만나 책을 나누고, 고민을 나누고, 시간을 나누고, 오늘을 나눈다. 도시에서 산다는 것만으로도 쌓이는 사회적 스트레스를 공감과 공유를 통해 풀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다.

넷째, 나와 책방이 함께 여행, 출판 등 새로운 경험을 만든다. 도시 내 문학 여행, 카페 여행, 빵집 여행 그리고 책방 여행은 물론 제주, 도쿄, 하노이, 뉴욕 등 해외 도시로 떠나는 여행을 꾸리기도 하고, 책방에서 만난 독자와 책방 운영자, 독립 출판 작가들이 모여 프로젝트 출판을 진행하기도 한다. 혼자라면 경험하기 어려운 일을 동네 책방이 중심이 되어 함께 해나간다.

포토그래퍼가 운영하는 사진 책방 ‘이라선’은 작은 공간 안에 테이블 하나와 의자 두 개가 전부라 조용하게 사진집을 감상하는 데 제격이다.

조용한 서촌 골목 안에 자리 잡은 ‘서촌 그 책방’. 주인장이 직접 읽고 좋았던 책을 골라 추천한다.

동네 책방 잘 즐기는 법

아직까지는 동네 책방을 자연스럽게 드나드는 사람보다 ‘동네 책방이 뭐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다. 책방에 들어왔다가 엉거주춤 뒷걸음질하며 나가는 사람도 있고, “이곳은 무엇을 하는 공간이에요?”라고 묻는 사람도 다반사다. “책을 무료로 빌려주나요?”, “책을 열어봐도 되나요?”라고 묻는 손님부터 “대형 서점은 할인을 해주는데 왜 할인을 안 해줘요?”, “배송은 하루면 되지 않나요?”라며 항의하는 손님까지 다양하다. 대형 서점과는 다른 작은 규모와 운영 방식, 조용한 모습이 어색할 것이다. 동네 책방을 운영하는 필자도 작은 동네 책방을 처음 방문했을 때 어색했었다. 책장 넘기는 소리, 숨소리, 발소리까지 말이다.

여기저기 언급되고 있는 동네 책방, 접하고는 싶지만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동네 책방 잘 즐기는 법을 소개한다. 동네책방 초급자라면 일단 동네 책방을 몇 군데 가보자.

본인이 사는 동네나 직장 근처, SNS에서 자주 봤던 책방을 찾아볼 것을 권한다. 그리고 맛집을 찾아가 음식을 주문하듯,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듯 책방에서 책 한 권을 골라보자.

운영자 추천 도서도 좋고 왠지 끌리는 책이어도 좋다. 물론 나와 맞지 않는 책을 골라 낭패를 볼 수도 있다. 한 번 두 번 직접 고른 책이 점점 나에게 잘 맞는다면 책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게 쌓일 것이다. 그러다 책방에서 여는 작가와의 만남이나 북 토크에 참여해보면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주문하는 행위와는 아주 다른 아날로그적 소비가 얼마나 즐거운지 알게 될 것이다.

이제 동네 책방에서 책 고르는 일이 자연스러워진 중급자는 동네 책방에서 하는 독서 모임이나 인문학 모임, 글쓰기 모임, 드로잉 클래스 등 관심 있는 모임에 가입해보자. 운이 좋다면 지난번 내가 산 책의 작가와 함께 모임에 참여하며 친구가 될 수도 있다. 모임에서 만난 이들과 ‘비슷한 관심사와 취향’이라는 고리로 엮인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기회도 생긴다. 또 디자이너라면 디자인 강의를,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면 글짓기 모임을, 바느질을 잘한다면 침선 관련 클래스를 책방에서 여는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복합 문화 공간

마지막으로 동네 책방 숙련자가 되었다면 단골 동네 책방과 함께 성장해보자. 책방 운영자가 단골손님이라 인지하는 단계에 이르면 온갖 이벤트, 증정품 혜택을 누리게 된다.

이때부터는 책방 운영자와 손님 관계를 넘어 친밀한 유대감이 형성되는 것이다. 자신이 평소 관심 있던 분야나 잘하는 일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한다면 유용한 정보는 물론 특별한 혜택까지 얻을 수 있다.

혜화동의 명물이자 서울미래유산인 ‘동양서림’은 1953년 이후 60여 년간 한자리를 지킨 곳이다.

‘동양서림’과 같은 건물 2층에 있는 시집 전문 서점 ‘위트 앤 시니컬'

위트 앤 시니컬은 주인장이 없어도 손님들이 알아서 책값을 지불하는 방식이 특이하다.

서울형책방인 ‘역사책방’은 역사 위주의 책들을 선별해 제안하며, 저자와의 만남 역시 역사책이 주를 이룬다.

이처럼 동네 책방은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곳을 넘어선 지 오래다. 규모는 작아졌고, 책방 운영자는 책을 소개하거나 문화 행사로 이끌어주는 하나의 큐레이션과 같은 역할로 발전하고 있다. 단순히 복합 문화 공간이라고 말하기엔 동네 책방만이 가진 정서가 있다.

전통적 커뮤니티처럼 끈끈하거나 친밀하지는 않지만, 왠지 안전하고 안정된 느낌을 주는 동네 책방. 이름과 나이는 잘 몰라도 때론 친구보다 더 편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 이는 동네 책방이란 공간이 모두 ‘관계’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동네 책방은 책과 나, 책방과 나, 책방 운영자와 나, 작가와 나 등 그렇게 수많은 ‘나’가 모여 수많은 관계를 만드는 공간이다.

동네 책방은 소음, 교통, 환경, 고독 등 사회적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도시에서의 삶에 틈을 만들어주고 있다. 그 틈은 점점 뻗어나가고 우린 그 틈을 발견했다. 이젠 벌어진 틈에서 풀이 나고 들꽃이 피고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저 이 도시에서 살아 견디는 것이 아니라 나다운 삶을 살아야 한다. 어쩌면 동네 책방이 도시에서 나답게 살아가는 데 힌트를 던져주고 있는지 모른다.

글 구선아<여행자의 동네서점>저자, 도시연구자

 

리포터  장경환 리포터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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